푸른길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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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조상현
SUBJECT   편지 - 문정희



<어머니의 편지>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딸의 편지>

하나만 사랑하시고
모두 버리세요.

그 하나
그것은 생(生)이 아니라
약속이에요.

모두가 혼자 가지만
한곳으로 갑니다.
그것은 즐거운 약속입니다. 어머니

조금 먼저 오신 어머니는
조금 먼저 그곳에 가시고

조금 나중 온 우리들은
조금 나중 그곳에 갑니다.

약속도 없이 태어난 우리
약속 하나 지키며 가는 것
그것은 참으로 외롭지 않은 일입니다.

어머니 울지 마셔요.

어머니는 좋은 낙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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