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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에 있는 통도사. 입구에 '영축산문'이라 적혀 있다.
뒤로 영취산을 품고 있는 '영축총림'으로 이름이 나있다.
극락암은 이곳에 주석했던 경봉스님이 '해우소'라는 말을 처음 만든 스토리가 전해지는 곳이다.
통도사의 영축산문을 지나면 통도 8경 중 제1경인 '무풍한송길'이 펼쳐진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꼽힌다.
무풍한송길은 2018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시상식’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수상했다.
'해우소'라는 말을 처음 만든 경봉 스님
한국전쟁 이후의 어느 날, 통도사 극락암.
극락암 삼소굴에서 주석하던 경봉스님이 시자(侍者)를 불렀다.
“이걸 변소에 갖다 붙여 놓아라.”
휴급소(休急所)와 해우소(解憂所)라는 붓글씨의 나무토막 팻말이었다.
“스님, 이게 뭡니까?”
“휴급소는 소변보는 곳을 말하고, 해우소는 대변보는 곳을 말한다”
해우소의 시초였다.
이렇게 화장실에 해우소(解憂所)라는 명칭을 처음 붙인 건 경봉스님(1892~1982)이다.
경봉스님은 해우소와 휴급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급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찾는 일이야. 그런데 중생들은 급한 일은 잊어버리고 바쁘지 않은 것은 바쁘다고 해. 휴급소라고 이름한 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 쉬어가라는 뜻이야. 그리고 해우소라고 한 것은 쓸데없는 것이 뱃속에 있으면 답답하고 근심 걱정이 생기는데, 그것을 다 버리라는 거야. 휴급소에 가서 급한 마음 쉬어가고 해우소에서 걱정을 버리면 그것이 바로 도(道)를 닦는 거야.”
(2008년 9월 불교신문)
극락암과 경봉스님
극락암은 고려 충혜왕 2년인 1332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우리나라 근대의 대표적 선승인 경봉(鏡峰) 스님이 오랫동안 주석하여 이름난 암자다.
지극한 기쁨, 극락(極樂). 괴로움이 없고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이라는 곳이다.
극락암 뒤의 '무량수각' 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밀양 출신인 경봉 스님의 법명은 정석(靖錫), 호는 경봉(鏡峰)이다.
1935년 9월 통도사 주지로 취임했고, 1949년 4월 통도사 주지로 다시 취임한 스님은 이후 통도사 극락암 호국선원 조실로 계시면서 대중들과 만나며 설법을 폈다.
경봉스님은 극락암을 찾아온 신도들에게 “극락 오는 길이 없는데 우에(어떻게) 왔노”라는 말을 먼저 건넸다고 한다.
스님은 젊은 시절 “하루 종일 남의 보배를 세어도 반 푼 어치 이익도 없다(終日數他寶 自無半錢分)”는 화엄경 구절을 읽다가 이후 참선 수행에 정진했다고 한다.
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한 마디를 임종게(臨終偈)라 한다.
경봉스님은 1982년 7월17일 “야반삼경(夜半三更)에 대문 빗장을 만져 보거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우리 같은 사람이야 선문답 같은 그 뜻을 알 길이 없다.
암자 입구에 있는 극락영지(極樂蓮池)와 홍교.
극락영지는 영축산 봉우리가 비치는 아름다운 연못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못 위에 놓여있는 홍교와 빼어난 조화를 이룬다.
극락영지는 통도 팔경 중 하나다
안내판에 따르면, 극락영지를 가로질러 놓은 무지개다리인 홍교는 삼독(三毒)인 탐진치(貪瞋痴)를 버리고 극락으로 가는 다리를 의미한다.
경봉 스님이 71세 때인 1962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탐진치(貪瞋痴)는 불교에서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근본적인 세 가지의 번뇌를 말한다.
탐(貪)은 정신적 물질적 욕망과 욕심
진(瞋)은 증오와 분노, 노여움
치(痴)는 어리석음, 무지(無知).
불교에서는 이 3가지 번뇌를 ‘삼독(三毒)’에 비유한다.
한시를 잘 지었던 경봉스님의 ‘극락영지’의 시를 소개한다.
古庵佳景幾人逢(고암가경기인봉) 옛 암자의 멋진 풍경 몇이나 맛보았나.
碧水紅蓮鍊玉容(벽수홍련연옥용) 푸른 물에 홍련이 옥같이 피어나네.
風送香聲開錦谷(풍송향성개금곡) 바람이 향기 소리 보내 비단 골에 펼치니.
野來秋色倒金峰(야래추색도금봉) 들엔 가을빛 오고 연못엔 금빛 봉우리 잠기네.
경봉스님과 조용필
경봉 스님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삶에 도움과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한마디씩 해주었다.
조용필의 4집 앨범 타이틀 곡은 ‘못찾겠다 꾀꼬리’이다
이 노래는 1980년대 초반 대마초 사건으로 방황하던 조용필이 경봉스님을 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탄생했다
경봉스님과 조용필의 대화는 이랬다
“뭐하는 놈인고?”
“노래하는 가수입니다.”
"그래 ! 그럼 노래 한 번 해보거래이"
조용필의 구성진 노래 한 가락이 암자에 울려 퍼졌다
"고 놈 참 노래 잘 한데이
네 안에 꾀꼬리가 들었구나
네 안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의 참 주인이 누구인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찾아보거라 누가 노래하는지"
“그걸 찾아보거라.”
<경봉스님 법문 중에서>
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사바세상을 사는 것은 연극이나 마찬가지야.
기왕 연극을 하는 것이니
물질과 인간, 명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아니되니,
머리 쓰지 말고 한바탕 잘 놀다 가거라.
집으로 돌아간 조용필은 꾀꼬리가 어디에 있는지 부지런히 찾았다.
도인이 하신 말씀이니까 헛말이 아니고 무언가 뜻이 있을 것이다.
길을 걸을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꾀꼬리를 생각했다.
“대체 꾀꼬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몇 달간 이 화두(話頭)를 풀기 위해서 고민하던 조용필은 노래를 하나 만들었다.
그 노래 제목이 “못 찾겠다 꾀꼬리”였다.
뛰어난 예술가는 어떤 계기에 떠오르는 영감(靈感)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인연이 있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은 때와 장소에서 영감(靈感)이 떠오르는 것이다.
경봉선사(鏡峰禪師)는 보조국사(普照國師)의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선사상(禪思想)을 이어 받았다.
돈오점수(頓悟漸修)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수행이다.
조용필도 “못 찾겠다 꾀꼬리”를 찾아 헤맨 끝에 결국 화두(話頭)를 터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돈오점수(頓悟漸修)-깨달음 경지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점진적(漸進的)
조용필의 ‘못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2008년 9월 불교신문)
경봉 스님은 극락암 삼소굴에서 약 50년간 계셨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이 젊은 시절 새벽에 방안의 촛불이 출렁이는 것을 보고 크게 깨달았다는 오도송 하나를 소개한다.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눈앞에 바로 주인공이 나타났네/
허허 이제 만나 의혹 없으니/
우담발화 꽃 빛이 온누리에 흐르누나.
我是訪吾物物頭(아시방오물물두)
目前卽見主人樓(목전즉견주인루)
呵呵逢着無疑惑(가가봉착무의혹)
優鉢花光法界流(우발화광법계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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