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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조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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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왕과 죽음 - 오쇼라즈니쉬<배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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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왕이 기괴한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그는 이상한 그림자를 보았다. 그 그림자는 왕 바로 뒤에 서 있었는데 매우 어둡고 침침하며 무섭고 잔인해 보였다.
왕은 깜짝 놀라 물었다.
“댁은 도대체 누구요?”
그림자가 대답했다.
“나는 그대의 죽음이다. 내일 해지기 전에 내가 그대를 데리러 올 것이다. 미리 나타난 것은 그걸 알려 주기 위해서이다.”
왕은 “당신을 피할 방도가 없소?” 하고 물으려다, 너무나 무서운 바람에 묻지도 못하고 잠에서 깨어났다. 왕은 아직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신하들을 모두 불러 들였다.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이 꿈의 의미를 알아내야만 한다. 이 꿈이 뜻하는 게 무엇인가? 어서 해몽하라.”
그리하여 프로이드나 융과 같은 꿈의 전문가들이 왕의 부름을 받고 즉각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주 두꺼운 전문 서적과 복잡한 도표들을 내보이며 애써 설명하였으나 왕의 두려움은 조금도 가시질 않았다.
왕이 참다 못 해 소리를 버럭 질렸다.
“괜히 시간만 허비하지 말라. 한시라도 빨리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들이 말했다.
이건 대단히 복잡하고 힘든 문제입니다. 이런 꿈은 저희들도 처음입니다. 결정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애가 달아 간청하디시피 말하였다.
하늘에 어둠이 걷히고 있지 않느냐? 이제 열두 시간밖에 안 남았다.“
그들은 제각기 자기 주장을 하면서 열심히 토론을 하였다. 그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열을 올리자 왕은 더욱 애가 탔다.
왕에게는 늙은 시종이 하나 있었다. 그때 늙은 시종이 왕에게 살며시 다가와 귀에다 속삭였다.
“저들의 결론을 기다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들은 결코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백년이 지나도 계속 토론만 벌이고 있을 테니까요. 이같은 토론은 저들에게 단순한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저들은 수천년 동안 토론을 벌였지만 그게 다 그렇고 그런 것이었습니다. 저들에게 무슨 결론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인 줄로 압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늙은 시종이 대댭했다.
“저는 무식한 자입니다. 아주 평범한 자입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는 왕께선 단순하게 행동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제일 빠른 말을 타시고 어서 이 성을 빠져 나가십시오. 이 성은 위험합니다. 적어도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죽음이 찾아올 때 왕께서 여기에 계시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십시오. 그리고 가능한 한 멀리 떠나십시오.”
참으로 그럴 듯했다. 왕이 말했다.
“좋다! 딴 방도가 있을 수 없다. 여기에 있어 봤자 저들 때문에 정신만 더 사납구나. 저들의 토론에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구나. 난 여길 빠져 나가야겠다.”
그리하여 왕은 제일 빠르고 훌륭한 말을 골라 타고 서둘러 성을 빠져 나갔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즈음에는 이미 성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에는 성에서 수백리나 벗어나 있었다. 그리하여 어둠이 막 내리기 시작할 무렵에는 어느 큰 나무 밑에 이르게 되었다.
왕은 생각했다.
‘여기가 오늘 밤을 지내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군.’
왕은 말에서 내려와 하루 온종일 계속 달리느라 지친 말에게 감사했다.
“넌 참으로 훌륭하구나. 나를 위기에서 건져 준 유일한 친구야. 저 유명한 학자들도 어쩔 수 없었는데 네가, 날 구해 주다니.”
왕이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말을 어루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젯밤의 그 그림자가 불쑥 나타났다.
“어떻게............당신이................. 여기까지 왔소?”
그림자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 난 하루 온종일 여기 나무 아래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대가 혹시 여기에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성에서 여기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나 역시 그대의 말에 감사하고 싶다. 그대의 말은 참으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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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항상 거기에 있다. 그대가 무엇을 하든, 그대가 알든 모르든 죽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대의 삶에 붙어다닌다. 죽음은 삶의 그림자.
그대가 어딜 가든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오쇼라즈니쉬<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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