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농원
 
 
 

 전체 478건, 10 / 24 pages
NAME   조상현
SUBJECT   <송광사에 와서>-이근배-



송광사에 와서 / 이근배


아직도 흐르고 있느냐
조계산이 온몸으로 끌어안던
밤의 살 냄새를 다 씻지 못하고
물소리는 저대로 치닫고만 있느냐
피가 비칠세라
뼈가 드러날세라
사랑은 숨죽여 안개속에 묻히더니
그 입덧은 자꾸 기어나와
국사전 뒤뜰에 부스럼 같은
상사화로 피어났구나

눈에 보이는 것도
본래는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름이야 열 번 백 번
바뀐들 어떠랴
산에 오면 나도
산이 되어야 할 텐데
감로탑 앞에 서면 나도
머리 깎은 돌이 되어야 할 텐데
왜 내겐 물소리 뿐이지

저 삐죽삐죽한 상사화들이
내 잃어버린 사랑으로 보이지
왜 나는 물소리가 되지 못하지
헛것들에게 갇혀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있지



(1977년 중앙일보 詩가 있는 국토기행에서)


 PREV     그날 - 피천득
조상현
  2008/11/03 
 NEXT    노처녀 필독 칼럼
조상현
  2008/10/28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嚴周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