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된 태아는
첫 달에 마치 풀 끝에 맺힌 이슬과 같아 아침에 있다가 저녁에 없어지고 새벽에 왔다가 오후에 흩어지는 것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두 달째의 태아는 마치 엉긴 우유와 같은 상태이다.
석 달째의 태아는 피가 엉긴 것과 같은 모습이다.
네 달째의 태아는 점점 사람의 형상을 갖추게 된다.
다섯 달째의 태아는 어머니의 배에서 다섯 부분(五胞)이 갖추어진다. 다섯 부분은 머리와 두 팔과 두 다리이다.
여섯 달째의 태아는 어머니의 배에서 미세하고 오묘한 여섯 기관(六精)이 열린다. 이 여섯 기관은 눈, 귀, 코, 입, 혀, 마음이다.
일곱 달째의 태아는 어머니의 배에서 360개의 뼈마디와 8만 4천개의 털구멍이 생긴다.
여덟 달째의 태아는 의지와 지혜가 생기고 외부와 통하는 아홉 기관이 자란다.
아홉 달째의 태아는 어머니의 배에서 먹고 마신다. 복숭아. 배와 마을은 먹지 않지만 오곡을 맛본다. 어머니의 간, 심장, 비장, 폐등의 장기는 아래를 향하고, 위. 대장. 소장. 방광 등의 장기는 위를 향해 있는데 그 사이에 산과 같은 것이 있다. 이 산은 세 가지 이름이 있는데 수미산? 업산? 혈산이다. 이 산이 한 번 무너지면 하나의 엉긴 피가 되어 아이의 입으로 들어간다.
열달이 되면 비로소 태어나는데 만약 효성스럽고 순종하는 자식이면 팔을 위로 올리고 손을 마주한 채 태어나서 어머니를 상하지 않게 한다. 그러나 다섯 가지 무거운 죄를 지을 자식이면 어머니의 태반을 찢고 손으로 어머니의 심장과 간을 꼭 잡고 발로 어머니의 골반을 밟고 서서 나오지를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천 개의 칼로 배를 휘젖고 만 개의 칼로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준다.
이와 같이 괴로워하며 이 몸을 낳고도 또 열가지 은혜가 있으시다.
첫째는 이 몸을 잉태하여 지키고 보호해 주신 은혜이다.
여러 겁의 깊은 인연으로 이 생에 어머니의 몸에 의지하였네. 여러 달이 지나 오장이 생기고 세밀한 감각기관도 열리었네.
둘째는 출산하실 때 고통받으시는 은혜이다.
임신한지 열달이 지나니 해산의 어려움이 다가오네. 매일 아침 중병이 걸린 듯하고 날마다 정신이 없는 듯하네. 황당하고 두려운 마음 다할 수 없고 근심이 마음 가득 하네.
셋째는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으시는 은혜이다.
자애로운 어머니가 그대를 낳는 날에 오장이 갈라지듯 괴롭네. 몸과 마음이 모두 기절하였으며 피는 양을 잡은 것만큼 흘렸네. 낳은 아이 건강하다하니 기쁨이 두 배가 되네. 즐거움이 가라앉자 다시 슬픔이 되살아나고 다시 고통이 마음에 파고드네.
넷째는 쓴 것은 어머니가 삼키고 단 것은 뱉아내어 주신 은혜이다.
부모님의 은혜는 깊고 무거우니 언제나 은애하고 어여삐 여기시네. 단것을 뱉어 드 시지 않고 쓴 것을 드시면서도 눈썹도 안 찌푸리네. 깊이 사랑하여 참지 못하시니 그 깊은 은혜에 슬픔이 더하네. 다만 아이를 배부르게 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는 배고픔도 마다하지 않네
다섯째는 아이는 마른 곳에 눕히고 어머니는 젖은 곳에 누우신 은혜이다.
어머니는 스스로 축축한 곳에 몸을 두시고 아이를 마른 곳에 두시네. 젖을 먹여 배고픔과 목마름을 채워 주고 소맷자락으로 찬바람을 막아 주시네. 은애하고 아껴 서 늘 잠 못 들고 아이 재롱에 항상 기뻐하시네. 다만 아이를 편안하게 하고 자애 로운 어머니는 편함을 바라지 않네.
여섯째는 젖을 먹여 길러 주신 은혜이다.
자상한 어머니를 대지에 비긴다면 엄한 아버지는 하늘이라네. 하늘이 덮어 주고 땅이 실러 주는 은혜와 같이 부모님의 마음도 그러하시네. 눈이 없다고 미워하지 않으시고 손발이 굽었어도 싫어하지 않네. 배 아파서 낳은 사직이기에 언제나 아끼고 사랑하시네.
일곱째는 자식의 더러운 것을 빨고 씻어 주신 은혜이다.
지난날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자태가 빼어나셨네.
눈썹은 비취빛 버드나무와 같고 두 볼은 연분홍빛이셨네. 은혜가 깊어줄수록 아름다운 모습은 여위고 곱던 손은 빨래로 거칠어졌네. 오직 자식을 위하느라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바뀌셨네.
여덟째는 자식이 멀리 가면 걱정해 주신 은혜이다.
죽어서 헤어지는 것도 잊기 어렵지만 살아서 이별하는 것이 더 마음 아프네. 자식이 집 떠나 먼 곳으로 가면 어머니의 마음도 그곳에 있네. 밤낮으로 마음은 자식을 쫓아다니니 흐르는 눈물은 천 리를 가네. 원숭이가 자식을 사랑하여 우는 것처럼 자식 생각에 간장이 끊어질 듯하네.
아홉째는 자식을 위해 마음 고생하시는 은혜이다.
부모님의 은혜는 강산보다 무거우니 진실로 보답하기 어렵네. 자식의 고통도 대신 하고자 하시고 자식이 힘들면 어머니는 근심하시네. 멀리 길 떠난다고 하면 돌아다니며 밤에 잠자리가 추울까 마음 쓰시네. 자식들이 잠시 괴로움을 겪어도 어머니의 마음은 오랫동안 쓰리네.
열째는 끝없이 사랑하고 근심하시는 은혜이다.
부모님의 은혜는 깊고 무거우니 언제나 은애하고 어여삐 여기시네 앉으나 서나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항상 마음으로 함께 하시네. 늙은 어머니는 백세가 되어도 팔십된 자식을 항상 걱정하시네. 이 생명 다한 후에야 그 은혜가 그칠 줄을 알아야 하네.
